눈이 불에 덴 듯 아릿했다. 얇은 눈꺼풀 너머로 목욕물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진 탓이었다. 카산드라는 숨을 참고 온몸으로 가벼이 일렁이는 물을 느꼈다. 잔잔한 수면 아래서 손을 휘적거릴 때마다 작은 물살이 피부 위를 간질였다. 거칠고 우악스러운 손길을 받아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몸은 작은 간질임에 더 불편해했다. 그는 몇 번 더 물살을 만들어내다가 이번에는...
날이 궂고 바다가 거칠었다. 짙은 회색의 구름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로 내려와 있었다. 어쩌면 파고가 높아 하늘이 가까워진 것일지도 몰랐다. 선원 열다섯 명 남짓의 중형 어선 하나가 폭풍우의 중심에 있었다. 3미터는 족히 넘는 물살이 하늘을 닮아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배는 곡예를 하듯 높은 물살의 꼭대기에 올랐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제자리에서 빙...
수평선이 일자로 곧게 뻗은 날이었다. 새하얀 구름이 붓으로 그린 듯 선명하게 하늘에 퍼져 있었다. 평온하게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바다는 평온하지 못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고요해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결국 어지럽게 요동치는 것이 파도요 부서지는 것이 물살이라, 해상은 그 위의 하늘만큼 고요하지를 못했다. 푸른 캔버스 위에 배 두 척이 나란히 떠 ...
두 사람은 눈을 떴다. 푸른색도 회색도 아닌 애매한 빛깔의 그늘이 천장에 드리워 있었다. 졸음이 가득한 눈 두 쌍이 옆으로 굴러가 시계를 읽었다. 일요일. 오전 9시 38분. 바깥은 밝지 않고 흐리멍덩하니 어두웠다.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두꺼운 유리창 너머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쏴아아, 이어지는 백색 소음을 들으며 둘은 숨을 들이쉬었다. 눅눅하...
※게임 <Tangle Tower>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엔딩 후의 시점을 다루는 만큼, 플레이 후에 읽어보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친애하는 페니. 당신이 떠난 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탐정들은 돌아갔고, 갈 곳 없는 우리들은 탱글 타워에 남았습니다. ‘우리’라 함은 당신을 제외한 모두를 일컫는 말입니다. 당신은 우리를 걱정하고 있습...
COC 팬메이드 시나리오 <My Lady Macbeth>의 세션 로그를 재구성한 글입니다.이에 관하여 시나리오의 원작자인 페로(@diedoctordie)님의 허락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they have their exits and...
Aato Feltonen x Charlotte Scamell 아토 마시우스 펠토넨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과학적 사실과 싸워야만 했다. “...고양이.” 눈앞에 거대한 털 뭉치가 있었다. 털 뭉치? 그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검은 털 뭉치가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고양이었다. 털이 검은 것을 보면 티티는 아닌...
천종연 x 양정길 “천종연씨. 제정신입니까?” 이것은 양정길이 회사에서 가장 자주 뱉는 열 글자다. 군웅컴퍼니 영업1팀 사람들은 아침 댓바람부터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새된 목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숨을 푹 쉬었다. 또 저러네.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울렸다. 입사 연차로는 정길의 선배지만 직급은 같은 박 대리도 칸막이 너머로 못마땅한 시선...
글러 팔레트 #1: 쿠소에로망가/슬픈 삐에로/미치겠군/갸웃 삶에 장르가 있다면, 나는 나의 삶이 순수한 문학이기를 원했다. 쿠소니 에로니 하는 왜색에 물들지 않은, 온전한 이 땅의 것이기를 바랐다. 바다 건너의 것들은 망가에서 답습한 납작한 도식을 따라 움직이지 않던가. 하지만 나는 깨닫고 말았다. 그림이 아닌 활자에 갇힌 것 뿐, 결국은 나도 지면을 딛고...
Michele Vagare + Πρίαμος 항해는 목적이 아닌 과정이다. 바다로 나간 배는 언젠가는 항구로 돌아와야 한다. 독수리 호도 그 진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깃대에 국기 대신 백기를 건 작은 배가 부두의 구석으로 떠밀리듯 들어왔다. 한낮의 후덥지근한 바람에 국기에 그려진 독수리가 나부꼈다. 안대를 쓴 독수리는 배가 정박하자 아래로 내려왔다. 조...
※경고: 폭력, 교통사고, 자해 및 자살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열람 시 주의 바랍니다. 소행성 충돌. 핵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근. 제 3차 세계대전. 신의 심판. 좀비 사태. 외계인 침공. 인류는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런저런 가설을 세워왔다. 얼마나 많은 책과 영화가 마지막에 대한 예언을 팔아왔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도...
Jacqueline Hughes x Henry R. Drake 달조차 뜨지 않은 밤이었다. 어둠이 온 세상을 잡아먹었다. 태양의 금빛 광채도, 달의 한풀 꺾인 은빛 광휘도 없는 완연한 암흑이 골목마다 스며 있었다. 물론 인간이 있는 곳에 완전한 어둠은 없는 법이어서, 어둠의 장막이 머리 위에 드리워도 도시는 인위적인 빛의 조각들로 낯만큼이나 밝게 빛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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